22년 5월 14일 - 기초 타설(맨 처음 희열)

#기초타설,#삼백건설,#전주삼백건설,#건축주가주인공이다
드뎌 기초를 타설하는 날이다.
설비, 전기 배관이 잘못되면 어쩌나,
비가 오면 어쩌나,
이런 두 가지 우려를 갖고 현장을 향했다.
공식적으로 8시에 기초를 타설할 것이라고 했고, 건축사에게도 전달되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펌푸카가 이미 와 있었다. 이제 레미콘차가 오면 타설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타설전까지 아니 한쪽에서는 타설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철근바로세우기 등의 작업은 다른 한쪽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타설 전까지 위로 향한 철근들이 느슨해있거나 비뚤어진 곳에 다시 고정용 철사를 감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고, 골조사장님은 여기저기 다니면 유로폼에 문제가 있는 곳을 보강하고 수선하고 있었다. 우즈벡출신 외국인 1인 포함 6명이 오늘 현장에서 수고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레미콘 차량이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펌푸카 운전자는 레미콘 차량에 달려가서 레미콘죽이 내려오는 장치를 펌푸카 쪽으로 들려놓고, 레미콘 차량에 탑재된 항아리통이 돌아가자 레미콘죽이 내려오기 시작하고, 펌푸카는 연신 펌푸질을 해대자 긴 대롱을 타고 레미콘 죽이 철근더미 사이로 배달되고 있었다. 펌푸카 기사는 노련하게 리모콘을 움직이며 펌푸카가 적정 장소에 죽을 타설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죽이 일정부분 쌓이면 무거운 바이브레이터를 든 3인조가 바이브레이터 주둥이를 타설된 콘죽에 쑤셔대며 공극을 없애고 있었다.
레미콘 차량이 도착할 때마다 펌푸카 위에 레미콘 납품서가 부붙기 시작했고, 오늘 타설에 그렇게 13장의 납품서가 붙게 되었다. 골재크기가 25mm, 강도가 24, 슬럼프값이 120의 아주 좋은 레미콘 죽이 현장의 구조물 속으로 빨려들어가서, GL보다 35cm 높은 곳에 거대한 콘크리트 기초를 형성해가고 있었다.
아, 그리고 아래 레미콘 납품서는 건축사가 전화해와서 내게 요구했기에 찍어서 보내준 파일이다. 점검해야 할 곳에 꼭 점검을 해주는 건축사가 감리역할을 충실히 해주는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 건축은 가장 잘하는 게 어쩌면 시공업체 대표겠지만, 이처럼 건축주, 감리사가 서로 협력하면서 시공업체대표를 적절히 견제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서로 도우면서 끝까지 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홍대표는 레미콘 죽을 붇기 시작 직전, 그리고 시작한 뒤에도 여전히 마지막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키가 80이 넘어 멀대처럼 크가 큰 홍대표가 골조반장님과 앉아 사이좋게 마지막 철근배근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드뎌 레미콘 죽을 붓기 시작하고 있다. 가장 먼 곳 변두리 부분부터 시작한다.












골조사장님이 우즈백 청년과 함께 바이브레이터로 콘죽 공극을 없애고 있다.






















레미콘의 똥과 홍대표의 짬밥
레미콘 1차는 6루베인데, 공사장에서 레미콘 소요량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일까? 펌푸카 기사? 아니면 시공업체 대표? 아니면 골조사장? 먼저 펌푸카 사장은 이 분야의 가장 전문가이다. 계산하는 방법을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레미콘 소요량을 따지면서 펌푸카 기사는 1차에다 1-2루베는 더 나갈 것이라 예측한 것 같다. 그런데 기공업체 홍대표는 1차의 레미콘만 주문했다. 레미콘이 왔고, 정말로 치열한 작전이 펼쳐졌다. 언뜻 봐서는 분명 레미콘의 양이 부족해보였다. 그리고 본채가 포치부분보다 최소 몇 CM(다루끼 높이)는 높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레미콘에서 쏟아낼 수 있는 양의 모든 콘죽을 쏟아냈는데도 아직 빈 공간이 있었다. 그런데 레미콘을 깨끗히 청소하니 마지막 숨겨진 똥이 있었다. 그리고 홍대표는 포치부분의 물매를 잡으면서 안쪽의 콘죽을 밀어내어 바깥쪽 포치계단쪽으로 몰아갔다. 그러면서 희안한 일이 벌어졌다. 결국 똥이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처리해버린 것이다. 눈대중으로 봐서 족히 1-2루베는 더 필요해보였는데...이것을 홍대표는 짬밥이라고 불렀다. 맞다. 경험치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게 바로 건설 현장인 것이다. 특수기술자인 홍종원 대표의 짬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홍대표의 짬밥이 빛났던 치열한 현장, 레미콘 13차에 똥은 빵이요! 오른쪽 계단 3개와 포치부분이 보인다.
건축주가 알고 있는 지식이란 게 경험을 거치지 않으면 확신이 없기에 불안한 것 같다. 특히 기초는 그 위에 세워지는 구조물의 밑그림이기 때문에 문과 방의 구분 등 기본적인 점이 맞아야 하고, 설비와 전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대단히 섬세한 작업을 요한다. 그리고 유로폼이 터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유로폼사이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겁이 났다. 물론 아직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조금 이상이 보이면 바로 무언가를 덧대어서 유로폼뚝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다. 1주일동안 유로폼을 뜯지 않고 그 사이에 1층 벽체공사를 준비한단다.


바로 이 사진이 내가 도면에서 켑춰해서 벽에 샤워기를 부착해달라고 홍대표에게 보낸 사진이다. 샤워기 표시로 물이 튀기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기초콘크리트 타설이 완료되니
내가 설계한 내용이 철근으로, 콘크리트로 살아나서 구체화되고 있었고, 이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즐겁기까지 하다. 집을 지으려고 생각한 이후 처음 느껴보는 희열이다. 집을 짓기로 결정하고, 돈 조달방법을 마련하고, 건축사를 찾아다니고, 설계를 결정한 뒤 도면을 150여개나 뿌리고, 20여명 가까이 되는 시공업자들과 연락하여 미팅하고, 최종적으로 3명을 놓고 다시 세목별 견적요구서를 만들어서 보내고, 결국 2명 중 1명으로 시공업자를 선택한 뒤, 5월3일 규준틀을 만들고, 5월 4일 터파기가 시작되고, 공사 시작 정확히 10일만에 기초공사가 마무리되었다. 오늘까지 나는 한번도 즐거운 적이 없었고, 이 짓을 왜 하는지 무수한 회의를 품으면서 달려왔다. 그런데 기초공사를 마치면서 처음으로 집짓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갖게하는데 홍대표가 크게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시공업자와 건축사(감리) 건축주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해가면서 크게 의 상하지 않고 나가야 좋은 건축물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동영상들 여러 개를 모아서 하나로 만들었는데 뭐가 문젠지 잘 돌아가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