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가 왕이다
22년 5월 13일 전기&설비-기초타설전마지막작업 본문

내일이 기초타설하는 날인데, 그 마지막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에 갔다. RC구조는 참 좋지만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이전 공정으로의 번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일 크게 잘못된 일이 있어서 다시 하자고 해도 이미 돌덩이가 되어버린 철콘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타설 전에 총책임자인 시공회사 홍대표와 가장 많은 얘길 하고, 자신의 우려도 전달하고, 건축구조 관련해서 무언가 하고 싶었던 얘길 기초타설하기 전에 쏟아내야 한다.
건축설계를 하면서 건축사와 많은 얘기도 했고, 수많은 수정도 거쳤지만, 그래도 뭔가 껄쩍지근한 요소들이 기억 어딘가에 박혀있었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그게 별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장을 떠나오면서 생각해보니 그게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시공업체 홍대표에게 얘길 했다. 그랬더니 가장 중요한 게 구조이고, 뭔가 미진한 것이 있으면 그걸 해결한 뒤 타설에 들어가야지, 일정이 정해졌다고 거기에 얽매여서 구조에 대한 생각을 소통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했다. 내가 홍대표에게 털어놓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건축물의 하나의 요소들이 어떻게 결정되든 그게 무슨 큰 문제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한대로 집의 구조가 정해지지 않으면 그걸 참을 수 없는 사람이다. 아마 이건 모든 건축주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 수 없을 뿐이지. 하지만 안다고 해도 건축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는 그런 망설임을 수없이 한다. 설계를 할 때 그런 일을 참으로 많이 겪었다. 하지만 설계사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은 아마도 자신이 20년 이상 이 계통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은 건축의 대가인데, 건축주들이 겨우 1-2년 공부해놓고 감내놔라 대추내놔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50명도 넘는 건축사들을 일일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만났고, 그들과 얘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설계를 수주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주들에게 친절을 보였다. 하지만 조금만 깊은 얘기가 나오면 이른바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만난 건축사들은 대부분 그랬다. 그것은 아마도 또 다른 포석이 깔린 전략이기도 했을 것이다. 만일 설계를 맡았을 때 건축사가 건방을 떨지 못하도록 사전에 교육?시킨다는 의도를 갖고.... 그런데 정말 놀라운 사실은 건축사들 중 아마도 1/3정도를 제외하고는 현장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설계사를 모실 때 내가 정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소통이 편한 상대였다. 아니 소통이 잘 이뤄질 상대였다. 그런데 그 소통이란 것도 따지고 들어가면 자신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많은 얘길 하면 무엇하리! 건축주의 생각을 읽어내려 하지 않고 자신의 전문성 관철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작가들인걸! 물론 내가 택한 건축사는 적어도 내가 보기에 소통이란 점에서 가장 유리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의 결론은 대동소이다. 내가 이렇게 건축사를 말한다고 해서 그들의 전문성, 이른바 건축의 구조나 안전성 등에 대한 전문성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외의 사항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사가 건축주의 집을 지어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집을 지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니 자신의 불멸의 작품을 남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주객의 전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쳤다고 수억의 빚까지 져가면서 건축사의 예술품에 내 집을 바치고 싶겠는가! 나는 나의 집이 예술적이길 결코 원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컨셉을 충실히 반영하고, 내 앞으로 남은 삶의 목표에 부합하고, 내 가족들에게 편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느 철저히 실용적인 목적으로 집을 짓고, 거기서 살려고 하지, 나의 집을 예술품으로 만들어서 관람객을 받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건축사는 그런 명품을 원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오늘 있었던 현재로 다시 돌아와서 얘기해보자.
오후 2시쯤 가서 설비하시는 분과 전기파트 기술자와 얘길했다. 내가 하나하나 칫수까지 꼼꼼히 설계를 했으니 타설 전에 반드시 전기와 설비업자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더 크게 느꼈다. 그래서 보일러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는 건식보일러를 놓기로 했으니 그에 맞는 설비적 문제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건식보일러 견적을 냈던 김사장님에게 전화를 해서 설비배관에 열중하고 있는 업자와 연결시켜주었다. 보일러는 2대를 1층 다용도실에 놓고, 1대는 1층에, 또 1대는 2층에 사용하는데 보일러의 컨트롤을 지금처럼 안방이나 거실에서 하는게 아니라 모든 방에서 자신의 방의 난방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설비배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다음 욕실얘기를 했는데 욕실1에 샤워기가 표시되지 않았다는 얘길 설비업자와 전기업자가 하고 있는 것을 얼핏 들었다. 그런데 나는 욕실1의 벽에 샤워기를 달아달라고 건축사에게 얘길했는데 어찌어찌하다가 표시가 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얘기했던 것이고, 그리고 건축사가 최종본 PDF본의 도면을 아직 내게 넘겨주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에 내가 도면을 보지 않아서 그 점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도면을 보니 도면에 샤워기가 표시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홍대표에게 전화를했다. 그래서 저간의 상황을 얘기하고 샤워기를 반영해달라고 얘길했다. 그러다가 그래도 미심쩍어서 도면을 캡춰해서 거기에 샤워기를 그려넣은 다음 사진을 찍어서 홍대표에게 보내주었다. 이것은 다음 날 아침 상황이다.
암튼 기초타설 마지막 날인 전기, 설비 배관 시에 건축주가 꼭 현장에 임재해 있어서 기술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배관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나중에 1층 타설 때 또 얘기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타설 때 결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중에 고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각방마다 에어콘을 설치하기로 도면에 표시했는데, 요즘은 실외기 하나로 2개의 에어콘을 쓸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기술자들이 하는 말들이 왜 내겐 잘 들리지 않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홍대표와 통화를 하면서 그런 뜻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보일러메이커도 귀뚜라미냐 경동이냐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고 했다. 회사마다 보일러연결과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보일러 사양도 미리 결정해서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나는 미리 스펙북을 만들어서 그것을 기준으로 자재나 설비를 맞춰달라고 계약에 명시했기 때문에 경동콘덴싱보일러로 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내일은 기초타설을 하는데 뭔가 잘못될까봐 대단히 불안했다. 그러니까 설비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고 어느 정도 대화를 했는데, 전기는 콘센트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얘길했어야 하는데...그냥 보기만하고 현장을 떠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타설에 들어가기 전까지 몇 차례 홍대표와 대화를 하니 그런 우려가 많이 가시었고, 다음 날 타설 때는 훨씬 편한 마음으로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오늘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과 동영상을 넣어야겠다.

설비기사와 전기기사가 배관에 열중하고 있다.

설비배관에 사용되는 관들과 앨보 및 T밸브들

유로폼은 쇠로 프레임을 만들어서 대단히 견고해보인다. 그리고 이음매로 사용되는 철핀이 박혀있다.

유튜버들의 기초타설장면을 보면 하나같이 지지대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지지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공법으로 지지대없이 유로폼과 철근을 내부에서 용접하는 공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세상은 합리와 경제성의 조합을 통해 진보한다.

포치부분에도 철근이 깔려있다. 사실 도면에는 철근이 없다. 그런데 우리 홍대표가 배려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포치부분에도 철근을 배근하고 그것을 본채부분의 철근과 연결해서 더욱 튼튼한 구조물을 견인해내고 있도록 한 것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지중보 주변과 유로폼 사이에 내일 레미콘 반죽이 가득채워질 것이다.



홍대표가 자랑하는 지중보가 우람하다. 그리고 지중보 속에 16밀리 철근 두가닥이 힘차게 박혀서 위로 치솟아 있다. 이러한 지중보가 집 기초 전체를 두르고 있다. 홍대표에 의하면 그래서 이 집은 6층까지 올려도 끄떡 없단다. 그 말이 얼마나 듬직하게 느껴지던지!

포치에서 현관쪽으로 들어간 부분의 천정은 비를 맞지 않는 공간이다. 나는 이 부분을 볼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것이다. 포치 앞에 배관이 2개 지나가는데 앞에 것은 좀 얇고 뒤에 것은 두껍다. 전자는 생활오수관, 후자는
똥과 오줌관인 것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경사가 져있다. 내용물들이 잘 빠지도록 배려한 것이다.


전기배관은 검정색과 노란색으로 되어있다. 검정색은 모두 전기부분이고, 노란색은 보일러관련 배관이란다. 나중에 레미콘을 부으면 어떤 게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2가지 색으로 구분한 것이라고 전기기사가 질문에 답변해주었다.


마지막으로 동영상으로 설비와 전기 기사님들이 기초타설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살펴보자. 동영상에도 나타나듯이 타설의 마지막 작업은 항상 설비와 전기 배관작업이기 때문에 둘은 친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두 분은 대단히 친하고 편하게 서로 도와가면서 협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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